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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90년대의 크록 잠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90년대의 크록은 대부분 그저 흉포한 괴물 역할로서 계속 소비되었다. 배트맨의 이야기에서 더 흉폭한 악당을 돋보이게 하는 2류 악당으로, 혹은 이성을 상실한 살인마 정도로 때론 퇴보하는 경향도 보여주었다.그 여자와 함께 하는 내내 야수의 웅얼거림 외에는 인간의 대사를 하지 못하던 크록은 마침내 자신을 배신한 자들.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인간들을 찢어죽인 후에야 사람의 언어를 뱉는다. '나는 괴물이 아니야. 괴물은 이자들이야.'그런데, 하수구에 버려진 존재가 커져서 돌아온다는 설정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불안과 공포와 죄책감의 응집이었다.도시라는 공간이 주는 불안감, 자본주의 사회에서 형성되는 계급이 주는 공포, 그리고 경쟁사회 속에서 필연적으로 도태되고 버려져야 하는 것들에 대한 무의식적 죄책감의 응집.그리고 마지막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 속에서 할리퀸과 크록이 나누는 대화다.***블로그 내 비슷한 테마의 글들의 링크입니다. 관심이 생기시는 분들만 보셔요. 성소수자와 장애인 관련입니다. 성소수자 역사와 관련해서 마블 DC 캐릭터의 시대별 진화상에 관한 이야기크록 : 힘을 주니까.크록 : 아니. 너처럼 미치고 싶진 않아.크록도 점점 경계심을 풀고 마음을 열고서 그 여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놀랍게도 그 시간 동안 크록은 으르렁거리는 야수의 모습을 덜 보이며 교감한다. 이 이야기에는 '미녀와 야수'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고, 미녀는 야수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줄 것만 같이 보였다.영화는 플로리다에서 애완용으로 데려온 아기 악어가 하수구에 버려지고, 거기서 실험 동물들의 유전자 호르몬을 먹고 돌연변이 괴물이 되어 도시를 습격한다는 이야기였다.저예산 B급 영화였지만, '도시 밑바닥에 숨어 있는 야만적인 무언가'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처음엔 경계하던 크록도 그들의 따사로움에 점차 마음을 열고, 함께 일상생활을 하면서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들 말대로 그곳은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안식처였고, 크록은 범죄자로 사는 것보다 이런 소소한 행복 속에 사는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이 장면은 크록이 할리를 단순한 광인 이상으로, 문명 자체를 조롱하고 파괴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정신적인 광기는 자신이 가진 괴물성보다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하다는 것. 즉. 크록은 자기 스스로를 야만적 생존자로 인식하지만, 할리퀸 같은 캐릭터는 문명 자체를 조롱하고 부정하는 만큼 훨씬 더 두려운 존재라는 것이다.예를 들면 아만다 월러는 크록을 소개할 때 그의 서사를 이렇게 요약한다. '외모가 괴물같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를 괴물로 대했어. 그 결과 그는 진짜 괴물이 됐지'. 사회적 타자화와 낙인 이론을 그대로 표현할 이 대사는 코믹스 속에서 괴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크록의 삶과 완벽하게 일치한다.크록 : 적어도 나는 내가 사는 곳이 하수구인 줄은 알지.할리 : 그럼 여기도 하수구란 말이니? 화려한 식당과 상점의 조명이 반짝이는 하수구.어느날 크록은 자신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한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크록의 외모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말을 건네며 함께 웃기도 한다.이런 것들을 보고 2016년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를 보면 특별히 와닿는 장면들이 있다.대중문화는 사람들의 바로 그런 감정을 포착했고, 그 감정을 대변하는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서 크록을 사용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거부당했고, 믿고 싶었지만 조롱당했던 크록이 선택한 폭력. 그것은 그의 마지막 방어였다.크록의 인간적 가능성은 1998년의 배트맨 에니메이티드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났다.시즌2의 'Sideshow'라는 에피소드에서 크록은 죄수로 호송되던 도중에 탈출, 캐나다 숲속으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그는 돌연변이 서커스 단원들로 이뤄진 소외된 공동체를 하나 만난다.인챈트리스와 연인이 된 킬러 크록,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중에서 크록과 할리이 공동체의 멤버들은 모두가 인간과는 다른 외형을 가졌지만, 외형과 별개로 인간미 넘치고 온정이 있는 평화로운 공동체였다. 심지어 이들은 크록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잠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90년대의 크록